현대수필

나무처럼 살고 싶은 밀포드 사운드

방글이 봉선 2007. 12.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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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처럼 살고 싶은 밀포드 사운드
 2007.11.13.
 아침에 일어나니 화창한 날씨와 상관없이 
눈꺼풀은 몇 겹이고 손과 얼굴이 탱탱 부어 있었다.
 내 모습을 본 남편 왈, 
 “여행전문가가 그 정도 가지고 비실거리면 안 되지?”
라며 빈정대듯 피식 웃는다.
 ‘나이는 못 속이나? 아니면 약해져서 그런가?’ 
 스스로 의아해하면서도 할 말이 없어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건강을 자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아프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로를 풀고자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퀸스타운에서 
약 4시간쯤 소요되는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출발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적된 테아나우 호수를 지나 
신비의 거울호수가 있는 곳에서 잠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햇빛에 반사된 먼발치의 나무들이 
초록 물감을 비벼놓은 듯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눈의 피로를 순식간에 풀어준다.
 촘촘히 움튼 녹색 풀과 초록으로 우거진 
나무들을 보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안경 쓸 일이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발을 담그면 그대로 베어들 것 만 같은 
잔잔한 빙하호수와 바위산으로 이어진 
멋진 산세를 보면서 예쁜 풍경화를 
덤으로 볼 수 있음에 감동한 날.
 밀포드사우드는 주위 산들이 빙하에 의해 
거의 수직으로 깍인 피오르드 지형인데 
특히, 마운트크리스티나 산은 돌산으로 
비가 많이 내려 바위위에 자란 두터워진 이끼 속에 
나무뿌리가 얹혀 있어 심한 비바람이 불면 
200년 동안 자라다가 1분만에 벗겨지는 
기이한 현상을 반복하면서도 
웅장한 숲을 이루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저렇게 울울창창한 숲에 
들쥐, 모기, 뱀, 맹수가 없다니…….
 영화 “킹콩, 쥬라기공원, 반지의제왕”을 
촬영했던 유명한 밀포드국립공원 
일부에만 있다는 가지마다 이끼 옷을 입은 
희귀종인 아름드리 비치나무를 볼 땐 
신비스러움에 경이감을 불러 일으켰다.
 뉴질랜드의 자연경관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영화<반지의 제왕>은 
영국 작가 J.R.R.톨킹의 장편소설을 영화한 것인데 
그 곳에서 펼쳐지는 산과 평야, 숲들은 
가히 장관이라고 아니할 수 없었는데 
직접 와서 볼 수 있음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20년만에 완공된 1,270m의 호머터널을 지나자마자 
16㎞의 밀포드 협곡 사이마다 비가 올 때만 생기는 
1,000m가 넘는 실핏줄 같은 폭포가 
100여개 장관을 이뤄 별천지에 온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레드 크루즈 관광"을 시작하면서 
높이 155미터인 스틸링 폭포와 
엄청난 분량의 물이 쏟아지는 
무지개가 뜨는 요정들의 폭포를 비롯하여 
수많은 폭포를 감상하며 선녀가 된 듯 즐거워하는 동안 
수려한 경치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남편은 계속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여행하는 하루 동안 세 번이나 볼 수 있었던 
무지개를 떠올리며 황홀함에 취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4시간 30분가량 
사슴의 고장 모스본을 경유하여 
품위 있는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으로 이동했다.
 왼 종일 몸살 기운도 있었지만 
신비로운 남섬을 여행하며 
보고, 느낄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 하루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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