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

피랍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방글이 봉선 2007. 8. 17. 15:11
 
      피랍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양봉선 산을 오르노라면 계곡 물소리가 듣기에 시원한 계절이다. 이러한 계곡이나 시냇물은 소리가 요란한 데 비하여 강물이나 바다는 묵묵히 흐르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큰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그 반면에 소인배들은 경박하게 찧고 까불고 야단법석이다. 아프간 피랍사태가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지난 13일 여성 인질 2명이 우선 석방되면서 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와 탈레반의 직접협상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16일 피랍자 가족은 인질들의 석방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이집트 대사관을 방문해 피랍자를 뜻하는 장미꽃 19송이를 전달하며 피랍자 석방을 위해 이집트 정부가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이집트 대사관 아메드 칼릴 참사관은 가족들에게 피랍자 19명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며, 이를 위해 이집트 정부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사태 추이를 고려하면 인질들의 일괄 석방보다는 단계적 석방 쪽에 무게가 실릴 듯하다. '여성인질 석방→남성인질 석방'의 수순을 밟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탈레반은 인질 석방의 규모에 대해선 협상 상황을 봐가며 철저한 관리와 조절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며 그들의 전략에 따라 피랍자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피랍자 해결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고비는 많으나 피랍자 일부 석방이 그 종착점을 향한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는데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 이슬람 문화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협상이 장기화하더라도 이슬람 금식기간이자 축제인 라마단이 10월 초 시작되는 점에 비춰 볼 때 그 전에는 끝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전해온다. 정부는 대면접촉 과정에서 그들이 원하는 수감자-인질 맞교환이 우리 정부의 권한 밖임을 강조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선전전은 아프간 인들에게 외세 축출과 이슬람국가 건설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세계 각국이 테러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하는 세계의 이목을 끌어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장기전을 각오한 정부는 다양한 접촉을 통해 봐도 동시에 전원 석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여성을 먼저 풀어주도록 하는 단계적 석방을 모색할 것이라는 이야길 전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여성을 납치한데 대해 강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란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아프간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해 탈레반측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테러에 대한 세계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목숨을 구하는 것은 인류애의 숭고한 가치라며 피랍자 석방 노력을 촉구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가 군사작전의 방식은 배제하고 대면 접촉을 계속하자 탈레반 측에선 피랍자 맞교환 외에 석방 대가로 1인당 50만 달러(4억 7000만원), 총 950만달러(88억7000만원)를 요구했다.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정부는 피랍자 몸값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받아들이려 해도 너무 큰 금액이라고 주장했다는데……. 일각이 여삼추 같은 요즘.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방하는 글을 올려 피랍자 가족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이유는 뭘까?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면서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에게 위로의 말은 못할망정 불안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와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는 이유만으로 꾸짖고 욕하는 분들이 많으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욕하는 그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든 목숨은 소중하다. 피랍자들을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다처럼 깊고 넓게 안아주며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해 주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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