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

여고시절의 회상

방글이 봉선 2010. 7. 7. 16:17

      여고시절의 회상/ 양봉선

      신선한 에너지가 차고 넘쳐 겁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이수미의 “여고시절”노래를 나직이 흥얼거리며 즐거웠던 추억을 음미해 본다. “어느 날 여고시절 우연히 만난 사람 변치말자 약속했던 우정의 친구였네 수많은 세월이 말없이 흘러~~~ 아~아~~아~아~아·~~ 지나간 여고시절 조용히 생각하니 그것이 나에게는 첫사랑이었어요.” 떨어지는 꽃잎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고,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다 스쳐 지나가는 남학생만 보아도 깔깔거리며 웃던 그 시절. 공부에 전념해야 할 수업시간에 삼류소설 펴놓고 몰래 읽으며 이성에 대한 궁금증을 잠재웠고, 점심때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도시락 들고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수다 떨던 그 도시락엔 맛있는 밥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소중한 우정이 가득 담겼었다. 어느 날엔 수업 마치자마자 서로를 재보지 않은 마음 편한 친구들과 오거리에 있는 호떡집에 모여 호떡 한 접시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던 일과 친구 집에 모여 공부한다며 부모님께 허락받은 후 도둑영화 보다가 선생님께 들켜 부모님 모셔오라는 불호령에 손발이 닳도록 싹싹 빌며 야단맞던 일. 기타 치는 친구오빠가 멋지게 보여 자주 놀러가 어리광부리던 일, 영어공부 한다는 핑계로 전축 앞에 딱 붙어 앉아 팝송을 외울 때까지 반복해 듣거나, 문학소녀의 꿈을 키운다고 만화와 소설에 푹 빠져 밤을 지새운 다음 날,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 벌 받으면서도 속없이 빙그레 웃으며 행복해하던 일, 바바리 입으신 멋쟁이 선생님을 짝사랑해 수업 때마다 돋보이려고 열심히 예습해 갔던 일 등등.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알게 된 요즘. 대수롭지 않던 기억들이 40년이 가까워지자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 건 왜 일까? 그 당시 먹었던 호떡 맛이 최고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용돈이 적은 그 시절 군것질거리로는 호떡 밖에 없었을 테고 푼돈으로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활동 왕성한 허기를 채워주기에 적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싱그럽고 발랄한 여고 시절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야말로 젊은 날의 초상화라 말하고 싶다. 세월의 흔적만큼 아름다운 중년의 모습으로 바뀌어 오순도순 잘 지내고 있을 친구들아! 사는 동안 남은 삶을 잊혀 지지 않는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해 우리 모두 당당하게 만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신나고 멋지게 맘껏 즐겨 보자구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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