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

벗꽃의 만난 체험

방글이 봉선 2010. 4. 19. 13:38
  
        벚꽃의 맛난 체험 / 양 봉 선 만지면 눈처럼 녹아버릴 것 같은 여린 모습의 벚꽃이 방그레 웃는 날. 주변의 곳곳에 널려 있는 개나리와 벚꽃을 보자 떠나고 싶다는 유혹이 가슴에 범람한다. 살아 있는 동안 아름답고 맛난 체험을 하라는 모 시인의 말이 떠올라 문화CEO 수강 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곧장 동물원으로 향했다. 천변 외곽을 빠져나와 덕진공원을 휘돌아 서자 평일 밤인데도 온갖 자동차들이 꼬리를 맞물고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야간 개장의 만개한 벚꽃을 찾아 우리만 나선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깜짝 놀란 우리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느긋하게 차를 몰았다. 차창 밖의 가로등 불빛에 뽐내듯 가녀린 이파리를 흔드는 새싹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어찌 그리 예쁘게 보이는지 저절로 감탄사가 우러나왔다. 꽃보다 더 고운 풋풋한 연두 빛의 싱그러운 빛깔에 반해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하염없이 바라보는 동안 동물원에 다다랐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 돌아서려니 못내 아쉬웠다. 소풍농월(嘯風弄月)이며 지족상락(知足常樂)이라고, 내친 김에 소양에 있는 송광사로 향했다. 시골길에 들어서자 친구가 80년대 유행가를 틀어주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희희낙락하다보니 소양에 도착했다. 다문다문 이어주는 벚꽃 터널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동안 내 가슴은 꽃물로 일렁였다. 열린 차창을 통해 벚꽃향이 그윽하게 넘나들자 우리끼리 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찬란한 봄날에 취해 마냥 자연을 닮고 싶은 충동이 일어 벚나무 아래서 부드러운 미풍에 몸을 맡긴 채 마음을 열자 알토란같은 행복이 숭얼숭얼 피어난다. 이처럼 마음을 활짝 열면 온 우주를 다 얻은 듯 행복하다가도, 마음을 옹송그리면 불평불만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르니 이 변덕을 어찌 할 거나. 상그레 팔랑이며 생기를 뿜어내는 저 벚꽃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지 않던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우리들의 인생!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와도 아름다운 꽃향기와 바람에 싹쓸이해 날려버리고 그 순간을 슬기롭게 견뎌내면 더 알토란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친구의 잊어버린 줄 알았던 뜬구름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낮에 들었다면 비아냥거릴 수도 있었을 텐데 신비로운 보름달의 정기와 상큼한 꽃바람을 품에 안은 낙낙함이었을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친구가 얄밉지 않고 내 마음 언저리를 맴도는 것은 순수한 학창시절의 애잔한 그리움이기 때문일 게다. 이후에도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들녘이 그리워 사뭇 떠나고 싶을 때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또 다시 일상을 벗어나 삶의 원동력을 얻고 돌아오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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