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켄터베리 대평원과 카와라우 강에 반하고

방글이 봉선 2007. 12. 9. 08:12

 

      켄터베리 대평원과 카와라우 강에 반하고

      2007.11.14.
      다행이었다.
      어제는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자고나니 개운하다.
      역시 푹 자는 잠이 보약인가 보다.
      부지런히 짐을 정리해서 차에 오르니 퀸스타운을 지나
      다시금 크라이스 처치로 돌아가는 시간이
      무려 8시간의 장거리 코스라는 이야기를 듣자
      부실한 허리를 보호하려고 약 20㎞ 떨어진 애로우 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뒷좌석에 누워 이동하는데
      문득 사무엘 울만의 <청춘> 중에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항상 젊고 진취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아프다 아프다하면 아픈 곳만 생기니 정신으로 이겨내자’
      ‘이 곳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다고 아까운 시간을 누워서 가나?’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누워 있기 아까워 벌떡 일어나 앉아
      창밖을 보니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마누카 나무가 반겨준다.
      가이드의 말을 빌려보면,
      마누카 나무(나뭇가지가 검고 꽃은 흰꽃이 핀다)에는
      프로폴피스(구강질환에 좋은 천연항생제) 성분의 수액이 있는데
      벌이 옮겨 다니면서 채집한 엑티브 마누카 꿀을 공복시에
      복용하면 위궤양, 위염, 장염 등 소화기 질환 환자에게 특효약이란다.
      엑티브 30은 병원에서 의약용으로 사용된다는
      부연 설명까지 들으면서 한국영화“번지점프를 하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우와 그 남자 제자가
      실제 번지점프를 했던 곳으로 유명한 카와라우 다리에 도착했다.
      깊은 계곡에서 억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옹송그리며 다리를 건너는 동안 43m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에머랄드빛의 강물이 자신에게 반하라는 듯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고 다리 중간쯤 걸어가자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번지 점프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턱 버티고 서있는 게 아닌가.
      ‘좀 더 젊었을 때 왔더라면 도전해 보았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레프팅이었다.
      만약, 카와라우 강을 따라 레프팅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 스릴과 경이로움은 상상을 초월할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계곡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데
      곳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요, 한 장의 그림엽서다.
      켄터베리 대평원과 대자연의 전경을 감상하며
      주변 명소를 관광하다보니 크라이스트 쳐치에 도착해
      뉴질랜드의 특산품을 만드는 곳에 방문했다.
      자연산 사슴의 부산물인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메디케어 센터와 어린 양가죽 모피, 마누카 꿀, 유황파스,
      프로폴리스 치약을 판매하는 토산 면세 매장을 방문한
      일행 모두는 가족과 직장의 동료들에게 나눠 줄
      특산품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외국에 나오면 어찌 그리 나눠주고 싶은 지인들이 많은지…….
      한아름 구입하고 나자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잠시 후,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하여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어우렁더우렁 어우러져 있는 초원의 양들을 실컷 보고 호텔을 향해
      1자형 도로를 달리는 길이 어둠 속에 숨어있다.
      차 창밖으로 언뜻언뜻 신록의 잎사귀가 투명하게 흔들리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호텔 숙소 배치 후 석식으로 육류에 비해 단백질 높고
      지방질이 낮은 사슴고기를 맛보러 갔다.
      처음엔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는데 돼지고기와 비슷한 맛이면서
      더 연하고 부드러워 뉴질랜드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란다.
      포만감에 차 숙소로 돌아오면서 유유자적하며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주신
      SBS 관계자에게 얼마나 감사해 했는지 모른다.
      이 기쁨을 토대로 가정과 직장의 하모니가 되기 위해
      매사 바른 처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 깊이 되새기며 꿈나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