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슴도치 섬이여, 영원하라!

방글이 봉선 2011. 5. 2. 07:15

고슴도치 섬이여, 영원하라! / 양 봉 선


 초여름 햇살이 따사로운 봄.

 "아름다운 어촌 TOP 10"의 하나로 꼽힌 위도에 가려고 휴가를 받아 어머니를 모시고 새벽 5시에 전주를 출발,

  7시 첫 배를 타기위해 격포항을 향했다.

 김제 만경평야를 지날 땐 연무가 시야를 가렸지만 무사고 남편이 편안하게 운전해 나날이 발전하는 변산반도 격포항에 다다라 서쪽 14㎞,

 쾌속선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도 배에 몸을 실었다.

 저절로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온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의 시작이기에…….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위도 파장금항에 도착했다.

 풍어를 기원하는 민속굿 띠뱃놀이(무형문화재)로 유명한 위도의 여객선이 닿는 파장금선착장은 1970년대 초엔 대규모 조기 파시로 이름 치솟던 조기잡이의 보물창고 칠산어장이 아니었던가.

 70년대 말엔 키 조개잡이로, 80~90년대엔 ‘낚시꾼들의 천국’으로 불리며 붐비던 위도가 93년10월10일 서해훼리호 침몰사건이 있고나서  슬픔의 섬이 되었다가 99년 섬 일주도로가 뚫린 뒤에는 깨끗한 자연과 경관을 자랑하며 오가는 길손을 반가이 맞이해 주고 있는 신비의 섬 위도.

 내리자마자 마을 순환버스가 기다렸지만 지도 따라 시름 쪽으로 걸어 작은 항구에서 조개 캐는 아낙들의 순수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머니는 항구의 정경이 일망에 들어오는 정자에 쉬라하고 우리는 13명 직장 동료들의 넋을 위로하러 위령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산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그림 같은 해안과 우거진 숲에 반해 걷는데 언뜻 취가  눈에 쏙 들어와 뜻밖의 기쁨을 더해 준다.

 "엥! 위도 사람들은 조개만 보이나, 어머니 모시고 올 게. 취 뜯고 계셔요.”

 위령탑은 점심식사 후 찾아가기로 맘먹고 신바람 나게 달려가 산에 취가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말하니 아주 좋아하신다.

 2시간가량 오르락내리락 야산을 돌아다녔더니 고사리와 취가 배낭 가득이다.

 이른 점심이지만 잠시 쉴 겸 파장금항으로 발걸음을 옮겨 백합죽이 맛있다고 소문난 해너미 횟집을 찾아 갔다.

 가던 날이 장날이었던지 갑자기 단체 손님이 몰려와 식사 준비하느라 바쁘니 주인은 우리를 보며 다른 곳을 찾으라 한다.

 소문 듣고 왔는데 어딜 가냐고 되물으며 기다린다 했더니 쉴 방을 내준다.

 불로소득을 얻어 피곤한 터에 한 시간가량 쉬었으나 함흥차사다.

 오시가 훨씬 넘자 배꼽시계는 연속 꼬르륵꼬르륵~~~.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어 준비해 온 떡과 음료수로 뱃속을 달래고 밖으로 나와 방파제를 걷고 있는데 어머니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부르신다.

 주인은 미안한지 식사 후 자가용으로 위도를 구경시켜 주신단다.

 “웬 횡재?”

 섬 해안 주변을 관광할 유람선이 없을뿐더러, 버스와 택시도 각각 한 대 뿐이어서 여기저기 머물며 낙낙한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차를 놓고 온 걸 후회하며 참으로 아쉬워했는데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다.

 맛좋고 푸짐한 먹거리로 포식한 후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하며 차에 올랐다.

 인심 좋은 위도에서 인심 후한 사장을 만났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먼저 위령탑을 찾아 만감이 교차하는 직장 동료를 떠올리며 묵례를 드린 후 망월봉을 지나

빛나는 해안선 일주도로를 달리는 동안 항구마다 갑오징어·새우·홍합 손질에 바쁜 어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30개 섬(유인도 6, 무인도 24)으로 이뤄진 위도(蝟島)는 고슴도치를 닮았으며 정겨운 토박이말로 산자락엔 고사리, 쑥, 취가 많고, 산 속엔 꿩이 많으며 바다엔 수달이 무리지어 재롱을 피운다면서 사시사철 빼어난 기암절벽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쉼 없이 자랑하는 사장의 말에 우리는 함지박처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마냥 웃기만 했다.

 27㎞의 섬 일주도로를 달려가는 곳마다 희귀식물(산일엽초, 복수초, 자귀나무, 위도상사화,


인동초, 해당화 등등)과 각종 바다 생물의 생태계 보고이며 환경오염 없는 청정바다는 바다낚시로 각광 받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기 때문이다.

 벌금리와 위도해수욕장 사이, 고슴도치의 앞발에 해당하는 외부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용머리 해안에서 몇 억겁을 두고 파도에 시달리며 형성된 층층이 기암절벽들을 보여줬을 땐 가족 모두 탄성을 지르며 행복을 만끽했다.

 단단한 모래밭과 낙조경으로 유명한 위도(고슴도치)해수욕장과 섬 주민의 식수를 100% 공급하는 정수장을 지나 일 년 내내 샘물이 마르지 않아 고슴도치의 자궁이라 부르며 방폐장 자리로 손꼽혔던 깊은금(지픈금)에 당도했다.

 그 곳의 절경을 볼 수 있어 기뻐하며 논금으로 가는 동안 바닷가 절벽 옆에 서 있는 물개바위를 쳐다볼 땐 자연의 오묘한 신비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영화 ‘해안선’이 촬영된 논금 바닷가에 도착하자 모래가 아닌 자디잘고 둥글납작한 깻돌(콩돌)밭과 주변의 수려한 경관이 참으로 이색적이라 느껴졌다.

 수많은 섬들을 찾아 다녀봤지만 잣이나 콩보다 작은 깻돌을 만나기는 처음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나의 마음을 읽기나 한 듯 사장님이 모두 신발과 양발을 벋고 발 마사지도 할 겸 해변가를 거닐어 보라며  논금에서 바라본 해넘이는 이 섬에서 가장 환상적인 곳이니 다음에 또 놀러오라 하신다.

 우리는 유치원생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깻돌밭을 거닐며 색다른 체험을 한 후, 깻돌 위에 앉아 수묵화 같은 자연경관과 깨 쏟아지는 사장의 재치 있는 입담에 기분이 더 상쾌해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을 나누다 5시에 출항하는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차에 올랐다.

 부지런히 차를 몰고 가다가 정월 초사흘 칠산 앞바다에 “위도띠뱃놀이(풍어제-중요무형문화제82호)”로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대리마을에서 갑오징어를 선물 받고 공기 좋고 경관 좋고 머리 맑아지는 소리마을을 지나 80년 된 동네로 빚이 없는 치도리 마을을 보여주며 쌍둥이 형제 전설이 깃든 형제섬인 큰섬·작은섬은 양력 3월~4월 썰물때는 섬이 연결되어 개펄에서 백합조개 등 다양한 생물을 많이 캘 수 있다며 주위 분들에게 많이 소개해 달란다.

 후덕한 사장님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전주에 오시거든 꼭 찾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녹색 고슴도치의 지상낙원으로 바람, 새,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환상의 섬인 위도를 떠나오면서 구경도 잘하고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귀한 인연을 맺게 되어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