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

관람객 몰이의 열정, 전주생태박물관

방글이 봉선 2011. 7. 27. 06:03

 















 
   관람객 몰이의 열정,전주생태박물관/양봉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쉬는 날이면 눈 감고도 훤히 알 수 있는 길을 따라 전주천을 하염없이 거닐며 기억 저편에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다듬이소리처럼 나만의 빛깔로 가득 찬 생각을 떠올려 본다. 풍남문에서 전주천 방면으로 50m 앞엔 가구거리가 있는데 그 곳에 자라면서 중앙초등학교를 마쳤으니 내가 뛰놀던 놀이터는 풍남문과 경기전, 그리고 전동 성당이었다. 전주토박이로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살아온 요즈음. 걷는 동안 그 당시 철부지였던 추억들이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머릿속의 회전 속도가 번개처럼 빠르게 펼쳐진다. 새해 첫 날에는 한해의 복을 모두 건져 담으라는 소원이 담겨있는 복조리를 할머니가 사주셨고, 단오 날에는 울 너머 들리는 닭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할머니를 따라 덕진 연못에 가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돌아왔으며, 유달리 딸을 예뻐했던 아버지는 입학 기념으로 통가죽가방을 사줘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고, 어느 해에는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면 부수입이 짭짤했던지 긴 머리를 가진 아이들은 넝마주이들이 풍남문 안으로 끌고 가 머리를 잘라 간다는 풍문에 무서워했던 일 등등. 그 중에서도 또렷이 떠오르는 것은 15년 전에 89세까지 장수하신 할머니가 “너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겠다. 특히 전주는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여 전주천이 범람한 적이 없고 공기가 맑아 인심이 후하고 먹을 것도 많으니 얼마나 좋으냐?” 라며 종종 들려주신 말씀이다. 나 또한 살아오는 동안 큰 재앙을 겪어보지 않은 탓에 할머니 말씀이 옳다고 믿으며 옛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한벽당을 지나 쉬엄쉬엄 걷다보니 개관한지 3년 2개월 만에 생태관광명소로 우뚝 선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 다다랐다. 개관식 때는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 내심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다시와 보니 예전의 허술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수변생태공원과 야생화학습장이 잘 조성되어 있었으며 희귀곤충인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도 생겨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과의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어린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걸 보며 매우 흐뭇해했다. 직원들의 열정으로 관람객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특별이벤트를 개최하고 체험교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한 결과 서울을 비롯한 경기, 경남, 광주 등 전국에서 방문하는 이용객이 차츰 많아져 전년보다 32%가 증가했다는 신문보도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타 지역 기관단체의 벤치마킹으로도 손색이 없는 생태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여름방학을 신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자 『 여름방학 곤충나라 탐험전』을 7.27(수)~8.21(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란다. 1층 체험관 입구엔 곤충관찰통으로 곤충의 확대된 모습을 관찰해 보고 곤충눈체험경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 느껴보기 코너를, 안쪽엔 살아있는 장수풍뎅이와 애벌레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코너를, 우측엔 전시대 3개를 설치하여 해설이 있는 사슴벌레와 귀뚜라미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코너를, 회의실엔 세계의 화려한 곤충 150종을 표본 전시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며 2층에 올라가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친환경에너지체험 및 최근 설치된『찰칵! 멋진 전주』크로마키 포토존 코너에서는 사진 촬영하는 어린이에게 멋내기 망토를 대여해 줌으로써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기에 금세 장난기가 발동하여 어렸을 적 나의 놀이터였던 전동성당, 풍남문, 한벽루 등등 여러 곳을 지정하며 싱긋 웃고 촬영하는 동안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행복했다. 할머니 말씀처럼 좋은 세상에 태어나 복을 듬뿍 받은 어린이들은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전주생태방물관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동안 무더위를 말끔히 잊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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