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만추로 빛나던 속리산

방글이 봉선 2006. 10. 28. 16:32
        만추로 빛나던 속리산/양 봉 선 단풍 절정기를 맞아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개나리 회원들과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속리산(1,058m)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가는 동안 동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풍성한 들녘을 볼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한 날. 오늘만이라도 가정을 잊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맘껏 취해보자는 회장님의 말씀과 정겨움 일렁이는 사회자의 유머가 차안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속리산에 도착하자 올 듯 말 듯하던 비가 서서히 물러가고 단풍 구경하기 알맞은 날씨로 바뀌어 우리의 산행을 축복해 주는 듯 보였다. 만추 따라 생각도 깊어가는 청명한 가을에 떠도는 구름과 벗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바람결에 훌훌 날려버리려 떠나온 여행. 파도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등산객과 어우러져 문장대를 향해 오르는 동안 주변의 숲은 온통 불 지르는 듯한 강렬한 색깔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속살 내보이며 안아주는 속리산에 반해 진하게 묻어나는 추억들 속에서 각양각색의 단풍을 즐기며 계곡을 따라 3시간 정도 걷다보니 문장대에 도착했다. 문장대는 원래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하여 운장대(雲臧臺)라 하였으나 조선시대 세조가 복천에서 목욕하고, 이곳 석천의 감로수를 마시면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문무 시종과 날마다 대상에서 시를 읊었다하여 문장대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을 떠올리며 일상의 더께를 살짝 내려놓았다. 오색단풍을 이루고 있는 그야말로 장관인 곳에서 도시락을 순식간에 비우고 천년만년 지킴이가 될 가파른 암석을 지나 천황봉에 오르자 비경을 감추고 있었다는 듯 눈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봉우리마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유혹하며 반긴다. 꽃이 피고 지는 세월 속에 가을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 천황봉에 올라서서 속삭이듯 가슴을 감아 도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귀와 마음을 열어보니 여고시절의 풋풋함이 삶의 징검다리를 건너 햇살에 찰랑이고 있었다. 꿈 많던 삼십년 전으로 돌아간 수학여행. '그 때의 친구들은 어디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리움 따라 스쳐 가버린 시간들을 헤아리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높고 낮은 봉우리에 초점을 맞추며 무심히 바라보았다. 절정을 노래하는 나무와 더불어 미천한 마음덩어리는 자연 속에 내던져버리고 속리산을 내려오는 동안 가슴에 안긴 바람은 어서 가라는 듯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엄마 품 그리워하듯 산 향기를 못 잊어하며 오르내리는 동안 겸손을 배워 마음결도 저절로 산을 닮아 뜻 깊은 가을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 날. 바람은 햇살을 타고 이파리로 흐르고 흘러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 듯 행복했던 오늘이 한 자락 추억으로 남아 먼 훗날 속리산을 찾을 때에는 개나리회원과의 인연을 떠올리는 가을 여인이 되어 다시금 가슴을 지피는 여유를 갖게 되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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