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 막 눈 / 양 봉 선
눈 내리는 오후
인적 드문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화장실 부근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소리쳐 부른다
"이봐요! 이봐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
' 어떻게 할까? '
생각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부르는 애절한 목소리
쭈뼛쭈뼛 다가갔다
등 굽은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며
문 좀 열어달라신다
세상에 이럴 수가?
유리창엔 큼지막한 글씨로
'당기세요'
라고 적혀 있었건만……
글귀를 읽지 못한 할아버지는
계속 밀고만 있었다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