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엉뚱한 이야기

방글이 봉선 2006. 8. 22. 14:45
 
      ♡ 엉뚱한 이야기 / 양봉선 ♡ 버스가 하루에 세 번 다니는 시골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야. 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 통틀어 10명뿐. 그 중 고학년은 달과 해 뿐이라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었대. 숙제도 하고 운동도 같이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교통사고로 졸지에 부모를 잃은 별이가 전학을 왔어. 시골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온 게지. 별이가 전학오자 학교가 시끌벅적해졌어. 비록 부모는 잃었지만 예쁜 얼굴에 늘 웃음을 머금고 꿋꿋하게 이겨내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 방과후엔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동화책도 읽어 주는 맘 착한 손녀라고나 할까? 소문이 꼬리를 물고 동네를 돌고 돌았어. 달의 귀에도 자꾸 별의 이야기가 들려 오는 거야.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 보면 볼수록 기분이 묘해졌지. 해에게서 느끼지 못한 야릇한 감정이 퐁퐁 솟아났거든. 괜히 말을 걸고 싶기도 하고, 뭐든 도와주고 싶기도 하고, 옆에 앉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틈만 나면 달은 별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어. 달은 늘 별의 꽁무니만 따라 다니는 꼴이 되었지. 학교에서 동생들이 놀려도 못들은 척 하는 달이었어. 별은 슬플 때마다 곁에 다정한 달이 있어 무척 행복했어. 도시의 친구들이 그리울 땐 달과 얘기 나누며 마음을 달랠 수 있었거든. 달과 별이 친해지자 해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어. 질투가 싹 튼 거지. 해는 얼굴 색도 변하지 않은 채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거야. 상상도 못할 거짓부렁이가 된 거지. 해에게서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당하면서도 별은 웃었어. 오히려 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거야. 별은 달보다 해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여자 친구끼리 통할 문제가 더 많았거든. 그러나 해는 달을 빼앗겼다 생각하곤 별을 곤경에 빠뜨리고 자신은 모르는 척 시침을 때고 다녔지. 동네에서나 학교에서나 별이 다니는 곳 뒤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해가 있었어. 어느 날 별은 달에게 조용히 말했어. "나로 인해 해가 가슴 아파하는 것 볼 수 없어. 예전처럼 해에게 잘 해 주렴. 난 해가 마음 달랠 때까지 기다릴게." 달은 무슨 소리냐는 듯 단호하게 말했어. "난 네가 좋아. 해보다 별이 좋다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어. 그날 밤. 별은 할머니 손을 맞잡고 심각한 고민을 들려주었어. 묵묵히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 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달 보드레한 목소리로 말해 줬지. "별아! 대견하구나. 해를 감싸주는 마음이……. 해와 더욱 친해지려 노력하다보면 절로 별의 마음을 알아줄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그 날까지 꾹 참고 지내렴." "네. 할머니." 별은 해가 하루빨리 거짓부렁이에서 벗어나 별을 이해해 주기바라며 창 밖의 보름달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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